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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다닐 중국학 석사 과정에 나 말고도 다른 한국인 학생이 한 명 더 있다는 걸 알았다. 그룹 채팅 멤버 리스트에서 이름을 보기는 했는데 한자와 중국어병음만 쓰여있어서 한국인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자신이 중국해양대 대학원 신입생이라고 소개한 블로그를 발견해서 읽다 보니 바로 우리 과 학생이었다! 

 인터넷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학교 기숙사에 사는 이 학생은 칭다오 와서 한국인과 한국어로 이야기해 보는 게 처음이라 했다. 믿기지 않았다. 칭다오처럼 한국인이 많은 곳에서? 중국해양대에 한국인 어학연수생도 꽤 있다던데?  의아해하다가, 어학연수 강의는 다른 캠퍼스(칭다오 시내의 푸샨 캠퍼스. 내가 다닐 캠퍼스는 도심에서 좀 떨어진 라오샨 캠퍼스이다)에서 이뤄지나 보다 짐작했다. 그러니 학교에서 한국인 만나기가 쉽지 않지. 이렇게 한국인이 적은데, 같은 과에 한국인이 한 명 더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당장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단다.

 내가 사는 동네는 한국인 천지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니까 주변에 한국슈퍼와 음식점이 많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라도 한국인 고객을 의식해 한국어로 상품 표기를 해놓기도 한다. 길 건너 대형 쇼핑센터에는 한국 제품들을 많이 판다. 10분 정도 걸어가면 한국 은행이 있어서 중국어 몰라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 한국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이 많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병원도 있다. 이 정도면 '코리아 타운'이다. 

 같은 칭다오 살면서도 가족 구성원이나 생활 패턴에 따라 얼마나 생활의 반경과 궤적이 달라지는지. 그러고 보니 영국 연수 때 생각이 났다. 그 때는 우리 집에 차가 있었다. 과 친구 몇 명을 태우고 차로 20분 걸리는 도심의 국수집에 밥 먹으러 갔는데, 기숙사에 살던 러시아 친구 마야가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몰랐다니!'하며 감탄하는 거였다. 한국 교민들 사이에선 꽤 알려진 식당이었는데, 버스로는 가기 힘들 뿐더러 시간도 많이 걸려서 아예 학생들은 알지도 못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남편이 집을 얻으러 다닐 때 처음엔 바닷가가 보이는 조용한 동네 저층 아파트 단지에 끌렸다 한다. 하지만 결국은 한국인이 모여사는 도심의 아파트를 선택했다. 나도 처음엔 한국인들이 많은 동네에 살다가, 중국어 익히고 적응이 좀 되면 경치 좋은 동네로 옮겨가자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여기에 한국인이 많이 사는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었다. 학원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외곽의 새 아파트 단지에 살던 교민이나 주재원 가족들이 아이들이 좀 자라면 학원이 몰려있는 동네로 이사를 한단다.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가 바로 그런 동네였다.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중국어 노출 빈도가 떨어진다는 점. 따로 노력하지 않고 있으면 여기서 백날 살아봤자 중국어 못 배울 것 같다. 또 집이 중국해양대학교 캠퍼스에서 너무 멀다는 게 걱정이다. 집 근처에 대학교 앞에 바로 가는 버스 노선이 두 개 있기는 한데, 최소 한 시간 반 걸린다. 캠퍼스가 넓어서 걷는 시간까지 합치면 넉넉히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왕복 네 시간이라니!!!! 어휴. 한숨이 나온다. 그럴 줄 알았으면 학교에서 좀 가까운 곳으로 집을 얻을 걸 그랬다 싶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 생각하면 '맹모삼천지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지금 사는 동네를 떠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내 삶의 중요한 결정에 가장 큰 변수가 돼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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