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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칭다오 도착한지 사흘째. 

남편이 중국에 오기 전에도 지방에서 혼자 살면서 한동안 주말부부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남편이 쓰던 세탁기와 냉장고 TV, 침대, 주방 살림을 가져왔고, 나와 아이들은 옷과 책 같은 것들만 챙겨서 왔다. 침대나 옷장 같은 가구들은 중국에서 임대한 집에 딸려 있다 해서 사는 데에는 큰 문제 없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져온 가전제품들이 말썽이다. 

남편이 쓰던 냉장고는 8년쯤 된 LG냉장고인데 여기 오니 냉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완전 고장난 거다. 임대한 집에 원래 있던 작은 냉장고가 있기는 한데, 이건 냉장기능이 고장나 냉동실만 돌아간다. 냉장고가 부실하니 식재료를 사다놓을 수가 없다. 그나마 돌아가는 냉동실에 생수만 잔뜩 넣어놨다. 

세탁기는 지난해 산 동부대우전자 9kg 드럼 세탁기인데, 남편이 사용할 때도 별로 많이 안 써서 거의 새 거나 다름없는 물건인데도 말썽이다. 세탁기를 돌렸더니 엄청나게 덜그럭거린다. 이 집은 화장실에 세탁기를 설치하게 돼 있는데, 세탁기가 하도 쿵쾅거려서 아랫집에서 올라올까 무서워 밑에 매트 같은 걸 깔아놨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사용해 보니 소리가 문제가 아니라, 덜그럭거리면서 몸체 자체가 마구 움직여서 이동을 하는 거다. 세탁기 돌려놓고 일하다가 소리가 심상치않다 싶어 가보니 세탁기가 화장실 문 앞으로 나와있어서 화장실 문이 반만 열리고, 세탁기와 수도꼭지 연결해놓은 호스가 빠져서 물이 콸콸 바닥으로 쏟아지고 있다. 

으악 이게 웬 난리야. 호스를 다시 연결하려고 보니, 아예 수도꼭지 끝부분이 부러져나가서 연결할 수도 없다. 세탁기가 덜그럭거리다 못해 춤추면서 움직이니, 호스가 확 잡아당겨진 모양이다. 빨래는 마무리해야겠기에 세탁기에 들어있던 빨랫감 꺼내서 세면대에 물 틀어놓고 마저 헹궜다. 헹구고 헹궈도 비눗물이 계속 나온다. 이러다가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대충 마무리하고 물이 없어도 되는 탈수 코스를 선택하고 세탁기에 다시 넣었다. 안 나가고 보고 있자니 세탁기가 또 춤을 춘다. 이러다가 어디까지 움직일지 몰라 탈수는 몇 분만 돌리고 꺼버렸다. 


절반은 손으로 한 빨래를 건조대에 널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 이게 웬 고생이람. 오자마자 집에 설치된 에어컨이 고장나 수리기사가 오는 바람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구석에만 박혀 있었는데, 앞으로도 며칠은 집구석에서 살림살이와 씨름하며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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