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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

중국 집 한국 집

soohyun 2015. 8. 10. 14:31


 오늘 아이들이 처음 학교에 갔다. 남편 출근하고 나서 아이들은 아침 7시에 스쿨버스에 태워보내고, 아침 먹은 거 치우고, 커피 한 잔 내려마셨다. 며칠 와 있던 어머니와 동생도 오늘 오전 한국으로 돌아갔다. 온 집안 청소를 하면서 그동안 별렀던 화장실까지 땀 뻘뻘 흘리며 청소하고, 세탁기 한 번 돌리고, 샤워하고, 이제 한숨 돌리고 책상 앞에 앉았다. 음악 틀어놓고 앉아있으니 한가롭다. 

8년 전 영국 연수 갔을 때가 생각난다. 남편은 대학원 개강 전 어학연수를 받았고 아이들 개학이 대학원 개강보다 빨랐기 때문에 당시에도 약 한 달간은 남편과 아이들이 아침 일찍 나가고 나만 집에 남아있곤 했다. 항상 일하러 나가서 살다가 그렇게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니 낯설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했다. 그런데 8년만에 다시 그런 시간을 갖게 되었다. 물론 9월에는 나도 대학원 개강이니 아침에 같이 나가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낮 동안 '나홀로 집에'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살림도 대략 정리가 된 것 같다. 도착하고 나서 2주 동안 필요한 것 장만하고 고장난 것 고치고, 아이들 학교 수속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창밖으로 보이는 청도시내 풍경(위 사진)을 보니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 집은 꽤 낡은 아파트인데다, 원래 비치된 가구도 그리 내 취향은 아니지만, 한 2주 살다 보니 그냥 그대로 익숙해졌다. 집 근처 꽂집에서 드라이 플라워와 바구니를 사와서 거실에 뒀다. 작은 화초 화분 같은 것도 들여놓고 싶어졌다. 이 곳, 이 집에 정을 붙이기 시작한 셈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집을 사서 내 취향대로 수리하고 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 지금 중국에서 살고 있는 이 집과는 비교할 필요도 없이 더 좋은 집이다. 그래서 한국에 두고 온 집이 처음 며칠간은 눈 앞에 삼삼했고, 이 집의 단점만 자꾸 보였다. 부엌은 왜 이렇게 작은지. 싱크대 높이는 왜 이렇게 낮은지. 처음 며칠간은 싱크대 상부 선반에 자주 머리를 부딪히며 투덜댔다. 하지만 단점이 많은 집이지만, 이제 한국 집보다는 중국 집이 더 '내 집' 같이 느껴진다. 현재 내 손길이 닿는 집이고, 가족이 함께 있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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