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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 근처의 재래시장을 처음 가봤다. 집 바로 앞에 한국 슈퍼들이 있지만, 채소나 과일 같은 식재료들은 비싼 데다 신선도도 좀 떨어지고, 싱싱한 해산물 같은 건 팔지도 않는다. 처음 가본 시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싱싱한 해산물이었다. 특히나 큼지막한 전복이 유혹적으로 보였는데, 한동안 조금 선선하다 다시 더워진 날씨 때문이었는지, 보양식이 당겼나 보다. 

특별히 살 게 있어서 간 건 아니었지만, 간 김에 전복을 좀 사왔다. 계산해 보니 한 개 2천원 꼴이니 한국에서보다 저렴한 것 같다. 사실 나는 전복을 직접 요리해 본 적이 없다. 바쁘게 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요리는 웬만하면 피해왔기에, 해산물 요리라면 주로 손질된 생선 사다 구워먹거나, 냉동해물 사서 조리해 먹는 정도였지 생물을 사다가 직접 손질해 조리해 본 적은 없었다.   

전복 손질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칫솔이나 수세미로 닦아내라고 돼 있다. 껍데기를 닦아내라는 건가 했더니 전복살 사이사이 주름에 낀 거무스름한 것들을 닦아내라는 것이다. 새 칫솔 하나를 가져와서 닦기 시작하니 과연 거무스름한 것들이 떨어져나가고 전복의 흰 속살이 드러난다. 둘째가 와서 도와주겠다고 해서, 나는 수세미를, 둘째는 칫솔을 들고 전복 '미백' 작업에 열중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어디까지 닦아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여러 번 닦고 또 닦고 했더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전복 껍데기에서 전복을 분리해 내는 작업도 쉽지 않다. 숟가락을 이용해 떼어내라는데, 왜 이렇게 잘 안 떨어지는지. 깨끗하게 떨어지지도 않거니와 내장은 툭하면 터져버린다. 내장이 터지면서 파편이 튀기도 했다. 내장 국물이 튀니까 지저분하고 냄새도 난다. 하지만 이것도 버리면 안된단다. 죽 끓일 때 넣어야 구수한 맛이 난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복에 이빨이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불그스름한 연골 같이 생겼다. 이 이빨은 제거해야 한단다. 

둘째가 전복 손질 도와주면서 '엄마 여기서 요리가 좀 늘겠네' 하며 싱긋 웃었다. 영국 연수 갔을 때 외식할 곳도 없고 사먹을 것도 마땅치 않아서 할 수 없이 삼시 세끼를 다 집에서 해먹으며 김치도 처음 담가봤다. 그 때는 둘째가 많이 어릴 때라서 내가 매일 부엌에서 밥하던 모습을 잘 기억하지 못하니, 이 곳에서 날마다 밥 차리는 내 모습이 신기하고 좋은 눈치다. 8년만에 다시 외국에 나와서 밥해먹기 기술이 좀 더 발전할 것 같기는 하다. 칭다오는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 해산물이 많고 싼 편이라 한다. 아까 해산물 가게에서 전복 옆에 꼬물거리던 낙지도 눈에 삼삼하다. 다음에는 낙지를 사다가 먹어봐야겠다.

그나저나 원래는 오늘 저녁에 전복죽을 해먹으려 했는데, 전에 먹다 남은 국과 반찬이 많아서 그것부터 처치하고, 전복죽은 
내일 먹자고 했다. 전복죽을 밤에 끓여놓고 자려 했는데, 전복 손질에 시간이 걸린 데다, 쌀을 미리 불려놓지 않아서 손질한 전복과 내장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끓이기로 했다. 조리 시간이 꽤 걸리는 거 같은데, 아침에 이것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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