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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집에 설치된 에어컨이 또 고장났다. 우리가 이사 오기 직전에 이미 한 번 고쳤다고 들었는데, 이사 오자마자 다시 고장이 났었다. 고쳐서 한 2주 잘 돌아간다 헀더니 또 고장난 것이다. 며칠 선선해져서 에어컨을 틀지 않고 지냈는데, 주말에는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금요일에 수리하는 사람이 온다 하더니 하루종일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 호수를 잘못 알아 딴 집에 갔다 한다. 


안 그래도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여있던 참에 끈적끈적한 더위를 견뎌야 하는 상황까지 겹쳤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폭발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잘 적응한다 싶었지만, 역시나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생각나고, 영어로 숙제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지 짜증을 냈다. 특히나 큰 아이는 고등학생이라 대학입시 부담이 큰 나이에 낯선 곳에 와서 더욱 스트레스가 크다. 나도 걱정인데 본인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나 역시 짜증이 쌓여있었다. 그동안 고장난 물건이 많았는데, 수리 기사가 언제 온다고 해서 집에서 기다려도 안 오거나 아주 늦게 오는 일이 며칠 반복되었다. 중간에 연락해 주는 부동산 사장님이 바빠서 통화가 안되면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다. 내가 중국어를 하면 변동이 생길 경우 직접 연락하면 되지만, 그게 아니다 보니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돌아가면서 짜증을 내고 나니 상황이 달라진 건 없지만 약간 풀린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답답했던 걸 입밖으로 내어 얘기한 셈이니까. 


 수리 기사가 미안했던지 일요일 오후에 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에어컨을 고쳤다. 자주 봐서 이제 친숙해진 이 아저씨는 내가 중국어 못하는 줄 아니까 두 시간 넘게 수리를 한 후 ‘好了(좋아졌다)'만 여러 번 얘기하고 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됐기에 이렇게 고장이 계속 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말이 안되니......나는 그저 고쳐줬으니 谢谢(고맙습니다)만 반복할 수밖에. 에휴. 그래도 에어컨이 다시 돌아가니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돌이켜 보니 내가 중국서 와서 받은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말이 안 통해서였던 것 같다. 오늘부터 집근처 중국어학원에 다닌다. 그동안에는 정리할 일이 많아서 인터넷 강의로 독학해왔지만, 하루 빨리 중국 사람과 한 마디라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다시 한 주의 시작이다.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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