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칭다오에 올 때 짐을 많이 가져오지 않았다. 어차피 중국 집은 웬만한 가구는 구비돼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사'를 크게 하지 않았고 옷가지와 책 같은 것들만 싸갖고 왔다. 막상 오니까 생활이 가능하기는 한데 없어서 아쉬운 게 자꾸 생긴다.  

대표적인 게 피아노다. 해금은 부피가 크지 않고 가벼워서 비행기에 들고 탔는데, 피아노는 집에 두고 왔다. 중국 집이 좀 정리되고 나니까 피아노가 없는 게 참 허전했다. 은우가 노래 연습할 때 반주도 내 몫이었고, 많이는 못했어도 내가 치고 싶은 곡들은 가끔 뚱땅거리며 연습하는 게 낙이었는데, 중국 오니 그런 낙 하나가 없어졌다. 

결국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하고 주말에 야마하 피아노 대리점을 찾아갔다. 다행스럽게도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가는 길로 디지털 피아노를 사버렸다. 시세는 한국 가격과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디지털 피아노인 게 아쉽지만, 아무래도 한국에도 있는 피아노를 또 사기가 부담스러웠다. 디지털이라 소리나 터치는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아날로그 피아노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없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야마하 악기점 간 김에 둘째가 학교 밴드에서 하고 싶다는 플루트도 사줬다. 학교에서 빌려줄 수 있는 여분의 악기는 트럼펫 트롬본밖에 없어서 다른 악기를 하고 싶은 아이들은 스스로 악기를 구해와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예전부터 플루트를 해보고 싶었다며, '돈 많이 들어서 힘들면, 플루트는 내 통장에서 돈 찾아서 사도 돼' 했다. 교육용이라 개중 저렴한 물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단가가 꽤 나간다. 생각지 않았던 지출이다. 

오늘은 정수기를 설치했다. 중국 오자마자 처음 며칠은 잘 모르고 수돗물 받아서 밥도 짓고 라면도 끓였다. 라면 먹을 때는 잘 몰랐는데 밥을 지으니 밥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렸다. 칭다오에 오래 살았던 분들이 '절대 수돗물 먹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씻어놓은 그릇이 마르면 자국이 남곤 했다. 석회질도 많고 별로 수질이 좋지 않단다. 한동안 생수를 사서 먹다가 결국 정수기를 구입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정수기 안 쓰고 살았는데 여기 오니 필요해진 셈이다. 

짐 늘리지 않고 살아야겠다 다짐했는데, 자꾸 필요한 게 보이니 이를 어찌할까. 


 

'중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에서 무슨 공부를 또 해?  (10) 2015.09.02
아이를 믿고 기다리자  (2) 2015.08.20
또 에어컨 고장에 짜증 폭발  (2) 2015.08.17
전복 이빨을 처음 보다  (0) 2015.08.14
칭다오 구경1-소어산  (2) 2015.08.12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