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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를 '해금' 관련 검색어로 검색해서 찾아들어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았다. '해금' '해금 배우기'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가 보다. 

나는 지난해 가을 해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해금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기는 했었다. 두 줄짜리 간단하게 생긴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릴 때부터 서양악기인 피아노만 쳐왔는데, 좀 다른 악기를 연주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왕이면 서양 악기가 아니라 한국 악기였으면 좋다는 생각도. 하지만 선뜻 해금 배우기를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둘째딸 덕분에 왔다. 특별히 국악을 많이 들려준 것도 아닌데, 둘째는 서양 음악보다는 국악을 더 좋아한다. 특히 서양 오케스트라 음반은 '시끄럽다'고  질색한다. 가야금이나 해금 연주 음반을 틀어주면 좋다고 한다. 피아노를 몇 년 배우게 했는데, 별로 재미가 없는지 연습을 영 안했다. 결국은 그만두게 했다. 그래도 취미 삼아 악기 하나쯤 연주하게 하는 건 좋을 것 같아 '엄마랑 같이 해금 할까?' 했더니 반색을 했다. 해금 소리 좋다면서.

나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둘째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해금 레슨을 시작하기로 했다. 국악 전공한 지인한테 물어 해금 선생님 한 분을 소개 받았는데, 이 선생님은 입시생 레슨을 주로 하는 분이라 우리 같은 초보한테는 맞지 않았다. 이 선생님한테 '그냥 동네 국악 학원에서 해도 될까요? ' 물었더니 초보자는 그렇게 해도 별 상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인터넷에서 검색한 국악 학원에 전화했다. 학원에서는 가정 방문 레슨도 가능하다고 했다. 

집에 선생님이 올 수 있다고 했더니 남편까지 자기도 배우겠다며 끼어들었다. 어쩌다 보니 해금에는 별 관심 없다는 큰 딸 빼고 온 식구가 다 해금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래서 1주일에 한 번 주말에 같이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세 명이 같이 레슨을 받다가 이제는 조금씩 진도가 달라져서 시간을 쪼개서 개인 지도를 받는다. 

새해 첫날에도 해금 레슨을 받았다. 지난 주말에 한 차례 사정이 있어서 레슨 못했던 것을 1월 1일에 보충하자고 해서였다. 새해를 해금 연주와 함께 시작하고, 올해 새해 결심 중 하나로 '해금 열심히 연습하기'를 포함시켰다. 아직 은 모든 게 서투른 초보지만, 1년 꾸준히 연습하면 몇 곡은 들을 만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겠지 희망하면서. 

나는 왜 해금을 배우나. 해금이라는 악기 자체의 매력도 큰 이유가 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나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던 것 같다. 회사 일과 관련된 것 말고, 꼭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다는 욕구 말이다. 그걸 가족들과 같이 하니 금상첨화다. 요즘은 주로 동요를 연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말 전통 음악도 연주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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