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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내가 해금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해금 연주자 강은일 씨를 인터뷰 할 때였다. 강은일 씨는 2006년 정동극장에서 열렸던 사흘간의 해금 공연에서 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연주하며, 해금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바이올린 소리는 가끔 신경을 거슬리는 것 같아서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깡깡이'인 해금 소리는 심금을 깊이 울렸다. 아주 간단하고 단순해 보이는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신기했고, 나도 직접 해보고 싶어졌다. 인터뷰에서 강은일 씨는 자신도 해금을 늦게 시작했다고 얘기해줬다. 나는 그 때 '해금 한 대 사려면 얼마나 드는지'까지 물어봤는데, '다른 악기에 비하면 싼 편'이라고 알려줬다. 


강은일 씨 이후에도 해금 연주자 꽃별을 인터뷰하며 또 한 번 해금을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 때도 역시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강은일 씨를 만나고 7년이 흐르고서야, 둘째가 함께 해금을 배우겠다고 해서 드디어 용기를 냈다. 인터넷에서 '해금 레슨'을 검색해서 무작정 가까운 학원에 전화를 했고, 방문 레슨도 가능하다 해서 주말마다 선생님이 집에 오시기로 했다. 방문 레슨이 가능하다 하니 남편까지 합세했다. 큰 아이만 빼고 온 식구가 해금을 배우고 있는 셈이다. 주말 근무 때문에 나만 레슨을 빠진 날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덧 해금 배우고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아직은 학교 종이 땡땡땡 정도 겨우겨우 소리 내는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들을 만한 연주를 할 수 있으리라 희망하고 있다. 연습을 그리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손가락 마디에 굳은 살이 제법 앉았고, 손아귀가 뻐근하다. 괜히 흐뭇하다.  

아래 붙인 기사와 동영상은 강은일 씨를 취재하고 냈던 SBS8뉴스 리포트. 2006년 4월 9일자 뉴스에 나갔다. 

<8뉴스>

<앵커>

우리 전통악기 해금이 국악과 양악을 넘나드는 21세기형 악기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오늘(9일) 테마기획에서는 해금의 재발견을 선도해온 연주자, 강은일씨를 만났습니다.

김수현 기자입니다.

<기자>

활로 줄을 문질러 소리 내는 전통 악기 해금.

거친 듯하면서도 맑고 애절한 음색, 폭넓은 음역으로 서양 악기와도 잘 어울립니다.

단 두 줄짜리 작은 악기지만, 강은일씨의 연주에는 커다란 울림이 담겼습니다.

최근 사흘간의 콘서트에서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운 강은일씨는 국악 대중화를 이끌어온 주역입니다.

[강은일/해금 연주자 : 우리 나라 음악이 너무 좋은데 잘 모르더라고요. 잘 못 듣겠다고 그러더라고요. 너무 느려, 재미없어...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그럼 내가 이 악기, 우리나라 음악을 가지고 좀 더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각국의 전통 음악이 주목받는 월드 뮤직의 시대.

해금은 중국의 얼후, 일본의 고큐 등 비슷한 형태의 악기들이 나라마다 있다는 보편성까지 갖춰 요즘 더욱 각광받고 있습니다.

깡깡이로 불리던 해금의 재발견.

여기엔 지난 20년간 때론 비판을 감수하고 국악과 양악을 넘나들며 수많은 실험을 해온 강씨의 노력이 큰 몫을 했습니다.

[하은정/전주시 중인동 : 한계를 뛰어 넘어서. 정말 다른 음악 세계를 표현하시는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강은일 : 보람 느끼는데,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귀에 딱지가 붙도록. 가슴에, 온 몸에 붙어있도록. 그렇게 해금 소리가 들릴 수 있으면 우리들 삶이 아름다워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는거죠.]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오래된 미래'라는 역설적인 단어로 설명하는 강은일씨.

그의 도전과 실험은 우리 예술의 오롯한 전통 위에 세워진 것이기에 더욱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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