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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7일, 이 곳 칭다오에 가족들과 함께 왔다. 이제 딱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난 뭘 했나. 돌이켜보니 중국 와서 한동안은 시행착오와 실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중국어 까막눈으로 온 데다, 학교를 다니면서 실망과 분노, 어이없음과 달관의 경지를 계속 오갔던 게 주된 원인이었다. 몇 달간의 시행 착오 끝에 원래 계획했던 전공 공부보다 중국어 학습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많은 것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휴직까지 하고 왔는데, 여기서 헛되이 시간을 보내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도 좌절감의 원인이었다. 중국어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빨리 늘지는 않고, 이렇게 중국어 해봤자 나중에 구체적으로 무슨 소용이 있을지 잘 모르겠고,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내가 뒤쳐지는 게 아닌가, 문득문득 걱정이 되곤 했다. 중국 생활이 그리 안락하지도, 환경이 그리 좋지도 않아서 불만은 더욱 커졌다.  

 돌이켜보니 나는 취직 이후 20년 이상을 정말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왔다. 근무 시간이 아닐 때에도 머릿속은 일과 관련된 생각으로 가득했고, 집에 일을 가져갈 때도 많았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자라면서부터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일과 가정 둘 중에 굳이 고르라면 그래도 일이 나의 우선순위였다. 그래서 회사에 나가지 않고, 일을 하지 않으니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뭔가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할 수 없을까 궁리해 봤지만, 별 뾰족한 수가 있을 리가 있나.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놀 수 있는데 왜 못 놀고 있지? 왜 이렇게 초조해 하고 있는 거지? 이왕 이렇게 온 거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게 남는 거잖아!"

 

 요즘은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앞으로는 그냥 잘 놀겠다. 중국어 공부는 물론 하겠지만, 이후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어디에 꼭 써먹겠다는 강박 관념은 버리려 한다. 그저 중국어를 하면 중국 생활이 좀 더 편리해지고, 중국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니 좋은 거다, 이렇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좀 더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하겠다고 결심했다. 사춘기인지 요즘 부쩍 속썩이는 둘째를 보면 한숨이 나오다가도, 이렇게 내가 바쁘지 않은 때라서 다행이다 싶다.

 중국에서 1년을 지내고 나니, 다시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선 느낌이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낯설고 두렵고 불안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겠다. 재미있게, 행복하게,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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