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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국을 떠나 취재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되니 아무래도 글을 쓸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하고, 예전 내 글의 주 소재였던 공연 관람을 거의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랫동안 글을 써온 '클럽발코니 매거진'을 제외하고는 원고 청탁을 받아도 웬만하면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인사가 나고 며칠 후, 내가 처음 문화부 근무할 때 부장이셨던 선배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원고를 청탁하셨다. 지금은 퇴직하셔서 언론유관단체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다. 

"어? 근데 저 이제 문화부에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글 쓰기가 좀..." 
"그런 게 어딨냐? 꼭 문화부에 있어야 글을 쓰냐?"
"아, 그래도... 제가 잘 모르는 새로운 업무 하게 돼서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요...."
"야, 잔소리 말고 그냥 써라. 예전에 썼던 글들 좀 고쳐서 새로 써도 되잖아." 

결국은 끝까지 거절하지 못하고 한 달에 한 편씩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단체회보에 싣는 글이라 독자가 그리 많지 않고 원고료도 적다. 하지만 선배가 '잔소리 말고 그냥 써라'고 해준 '덕분에' 요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차분히 글을 쓸 여유를 못 내고 있는 와중에, 원고 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는 글이라도 나한테는 큰 의미가 있다. 

별로 읽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얼마 전 회사 선배 한 분이 '글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근 세월호 참사를 보고 뭔가 울컥울컥 하기만 하고 글은 거의 한 줄도 못 썼는데, 원고 마감 '덕분에' 드디어 글 한 편을 완성했다. 저녁 차려 먹고 치우고, 식탁에 앉아서 쓰기 시작한 글을 좀 전에야 써서 보냈다. 이제 다섯번째 연재다. 띄엄띄엄이라도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도록 원고 청탁해준 선배한테 감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피곤한 건 사실이다. 이렇게 또 하루의 일요일이 갔다. 아니,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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