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공연 리허설은 공연 전에 열리는 ‘예행 연습’입니다. 공연 취재를 맡고 있다 보니 공연 리허설을 지켜볼 기회가 종종 생깁니다. 리허설은 본 공연처럼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서 좀 어수선하지만,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줘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리허설 중에서도 의상, 소품, 무대 장치를 모두 갖추고 하는 최종 리허설은 본 공연과 비슷하게 이뤄집니다.

공연 리허설은 공연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되는 게 보통이지만, 경우에 따라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되기도 합니다. 해외에선 리허설 관람을 위한 표를 파는 경우도 있죠. 리허설 자체도 ‘공연 상품’으로 만든 겁니다. 국내에서는 리허설 유료 공개는 거의 본 기억이 없습니다만, 무료 공개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예술기관의 리허설을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사실 예전에도 리허설 공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각 국립 단체별로 산발적으로 해오던 것인데, 앞으로는 좀 더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얘깁니다.

리허설 공개 대상 공연은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예술의전당, 한국공연예술센터, 명동예술극장, 정동극장 등 6개 국립공연장과 국립극단,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7개 예술단체들의 공연입니다. 물론 이들 단체가 주최하는 모든 공연의 리허설이 공개되는 건 아닙니다. 공연의 규모나 성격 등 상황에 따라 적합한 공연들을 골라 공개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리허설 공개 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 국립무용단의 ‘신들의 만찬’, 국립창극단의 ‘서편제’ 등의 리허설이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공개됐습니다. 앞으로도 국립오페라단 ‘파르지팔’ 리허설(1부만 공개) 등 다양한 공연 리허설이 공개됩니다.

올 하반기 공연 리허설 공개 일정은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월 단위로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일정을 업데이트해 올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8월 29일 현재 취합된 일정이 올라와 있는데, 40편 이상의 공연 리허설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http://www.mcst.go.kr/web/s_notice/notice/noticeView.jsp?pSeq=8470)


단 공연 리허설은 출연자와 스탭, 공연장과의 조율 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확정된 일정은 아니라는 점 유의해야 합니다. 관람 인원과 참여 대상, 공개 범위도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해당단체 홈페이지에서 공연 1~2주일 전에 다시 확인하고 신청해야 합니다. 또 국립예술단체 공연이 아니더라도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들 가운데 리허설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http://www.sacticket.co.kr/home/sac/event/youth_rehearsal/index.jsp) 에서 확인 신청하면 됩니다. 원칙적으로 만 24세 이하 청소년들이 대상이며, 1인 1매 선착순으로 무료 리허설 관람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단체 관람도 가능합니다.

저는 사실 ‘단체 관람’이나 ‘리허설 공개’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최종 리허설 취재를 갔다가 본 장면이죠. 당시 공연장은 단체로 리허설 관람 왔던 중학생들이 소란을 피워 거의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공연 도중 시끄럽게 떠들고 여기저기서 핸드폰 울려대는 건 물론이고, 2층 객석에서 1층으로 물건 던지고, 통로를 뛰어다니고, 쉬는 시간에는 마구잡이로 몰려나가 매점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무대 위 오페라 가수들이 오케스트라 소리를 제대로 못 들었을 정도로 시끄러웠으니, 이 리허설이 제대로 진행됐을 리 없습니다. (이 때 ‘분노’해서 썼던 글 링크 붙입니다. (http://curtaincall.tistory.com/179)

저는 당시 큰 ‘충격’을 받아서,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공연을 보여주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니 단체 리허설 관람을 추진하는 학교가 있다면 꼭 사전에 공연 관련정보와 관람예절을 숙지하고 공연 관람에 임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인력도 충분해야 하겠지요. 그래야 리허설 관람의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보는 경우에도 관람에 앞선 ‘준비’는 필요합니다. 

공연 리허설을 공개하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하던 연습 그대로 하면 되지 뭐가 힘드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공연을 주최하는 단체 입장에서는 출연자와 스탭 그리고 공연장과 사전에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출연자나 스탭들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연을 보여줄 수 없다’고 주장하면 무리하게 리허설을 공개하자고 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리허설에서는 출연자들이 에너지와 기량을 100퍼센트 다 쓰지 않고 본 공연을 위해 아껴두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는 최종 리허설인데도 가수가 목소리를 제대로 안 내거나 ‘고음 불가’ 창법으로 한 옥타브 내려 부르는 경우를 본 적도 있습니다. 리허설은 ‘최종 점검’의 의미로 진행하되 에너지를 비축해 두려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리허설이라도 객석에 관객이 있으면 본 공연만큼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만큼 더 신경이 쓰이고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연 리허설 공개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 공연은 아니라도,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더 필요한 일입니다. 그만큼 청소년들의 문화 체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더 수고를 해서라도 리허설을 공개하려는 겁니다. 미래의 공연 관객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마련된 기회를 제대로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에도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어떤 공연이 좋을지, 관심 갖고 찾아보세요.      

*SBS 뉴스웹사이트 '취재파일'로도 송고했습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