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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얼 18일. 

원래 오전 8시에 생활치료센터 어플에 증상을 기록해야 하는데, 깨니까 8시 50분이었다. 어젯밤 뒤척이다가 12시 반 넘어서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제보다 힘들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두통은 없다. 체온 산소포화도 정상. 콧물은 여전히 난다. 처음 시작은 맑은 콧물이었는데, 이제 코를 풀면 누런 콧물이 나온다. 재채기는 거의 없어졌다. 증상 기록하고 부랴부랴 어제 먹던 반찬과 국 꺼내고 아침 식사. 아, 그런데..... 식감만 있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두부는 물컹물컹, 김치는 사각사각. 맛은 느껴지지 않음!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미각 손실. 

그럼 후각은? 확인차 오랜만에 커피 원두를 갈아 내렸다. 평소엔 이러면 온 집안에 커피 향이 진동하는데, 역시 아무런 냄새가 안 난다. 커피를 마셔도 그냥 물이나 다를 바 없다. 다시 확인차 도리와 코라 화장실 청소. '맛동산'과 '감자'(고양이 똥과 오줌이 모래에 엉기면 이런 모양이 된다)를 수없이 채굴하였으나 역시 아무런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맹물 같은 커피를 마시며, 단 맛은 모르겠고 찐득하기만 한 초코파이를 함께 먹었다. 

감기 증상이 나아져서 이대로 코로나 증상이 없어지는구나, 내가 낫고 있구나, 생각했는데 새로운 증상이 시작되니 덜컥 겁이 난다. 아는 사람이 코로나 확진되면 무조건 '렉키로나'를 신청해 맞으라고 알려줬다. 그냥 해열제만 먹고 있다가 폐렴 증상이 진행되면 답이 없다고. 나는 (모르고 지나갔지만) 어릴 적에 폐결핵에 걸렸던 적이 있다. 폐렴 증상이 지금 있는 건 아니지만, 폐활량이 그래서 적은 편이다. 렉키로나인지 뭔지 맞아야 할까? 

어제 비대면 진료했던 병원 의사 전화번호가 남아있어 전화했다. 토요일에 전화해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나는 열도 없고 폐렴 증상도 없어서 렉키로나를 맞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은 병상이 없어서 중증 환자라도 렉키로나를 맞으려면 3,4일 기다려야 한다고. 그렇구나. 

의학전문기자에게 문의했더니, 렉키로나를 맞으려면 감염 초기에 맞아야 하고, 이미 증상이 나타난 다음에는 소용이 없다고 한다. 이미 투여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기도 했지만, 나는 증세가 가벼우니 렉키로나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부스터샷까지 맞았으니 걱정할 필요 없단다. 
 
맛이 느껴지는지 유의하며 점심을 먹었다. 역시 어제 먹다 남은 소고기 전골을 데워 먹는데, 소고기가 질겅질겅, 당면이 물컹물컹하다. 맛이 아주 희미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먹으면서 내 기억 속의 소고기 맛을 불러낸 건지, 진짜 지금 소고기 맛을 느끼며 먹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점심을 먹고 나자 병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아까 의사랑 통화했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이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하는 증상 확인 전화 같다. 미각 후각 손실 증상이 새로 나타났다고 하니 그건 따로 특별한 치료가 없고, 코로나 증상이 나아지면 점차 좋아진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언제부터 내렸는지 모르겠는데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마침 내 격리 기간에 맞춰 '유사 발정기'를 맞은 코라가 울기 시작해서 소리를 꽥 질렀더니 좀 조용해졌다. 점심 먹은 거 치우고 전화 몇 통 하고 나니 온 집안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 같다. 도리와 코라가 둘 다 잠들었다. 바깥에 눈은 소리없이 내리고, 고양이는 평화롭게 잠들고, 한가로운 풍경이다. 한가롭지 않은 건 내 마음 뿐인가. 아,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내 면역 세포도 한가롭지 않겠지. 잘 싸워다오! 

사진 찍는다고 폰 들이대니 눈을 살짝 뜬 코라. 조용히 좀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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