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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살풋 잠이 들었는데, 엄마 전화로 깼다. 어제 실시한 검사 결과가 음성이란다. 다행이다! 이로써 내가 접촉한 지인이나 가족 중 양성은 아무도 없다. 의학전문기자 얘기 들으니 코로나 백신 접종자는 전염력도 확 떨어져서 외국에서는 밀접 접촉자라도 백신 접종했다면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곧이어 전화벨이 울렸다. 내 재택치료 전담기관인 **병원이다. 생활치료센터 어플을 깔고 로그인해서 건강기록정보를 규칙적으로 입력하라고 안내했다. 건강관리키트로 보내준 약은 증상 있을 때마다 먹고, 추가 약이 필요하거나 증상이 악화되면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라고 한다. 그런데 생활치료센터 어플을 깔았더니 알려준 대로 입력해도 로그인이 안된다. 사용자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메시지만 뜰 뿐. 여러 번 해봐도 안돼서 아까 걸려온 번호로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알아보겠으니 10분 뒤에 다시 해보라고 한다. 10분 뒤에 다시 해봤는데 또 안된다. 점심 먹고 다시 해봐야겠다. 

점심 하는 중에 보건소에서 메시지가 왔다. 로그인 할 때 정보를 '~김수현'이 아니라 '~김수현2'로 넣으라고. 아. 우리 동네 확진자 중에도 동명이인이 있나. 참 김수현이라는 이름 많기도 하다.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알려준 대로 '~김수현2'로 넣었는데, 역시 안된다. 짜증이 약간 나기 시작. 전화를 한 서른 번 한 끝에 겨우 연결이 되었다. 알아보겠다고 한다. 이런 사소한 절차로 스트레스 받으면 안되지. 마음 편하게 갖자. 

오후 4시. 전화가 왔다. 다시 '~김수현'으로 입력하라고 한다. 뭔가 에러가 있었다며. 에휴. 이제 로그인이 된다. 체온과 산소포화도 맥박을 측정해서 기록했다. 심리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문항이 좀 애매하지만 어쨌든 다 적었더니 내가 약간 우울한 상태란다. 다른 게 우울한 게 아니라 내가 확진자가 되는 바람에 발생한 주변의 이 모든 난리통 때문에 우울한 건데. 그래도 산소포화도나 체온이나 다 정상 범위 안에 있어서 안심이다. 감기 증세는 아직 심하지만 참을 만하다. 이렇게 며칠 지내다 보면 낫겠지.   

둘째에게 연락이 왔다. 드디어 보건소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수동감시대상자. 격리는 아니다. 조심은 해야 하지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이렇다 할 지침을 못 받아서 좁은 기숙사 방에 룸메이트랑 같이 갇혀 있었다. 드디어 해방이란다. 아 다행이다!  

어제 오늘 '다행이다'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부스터샷을 맞았는데도 소용없다고 투덜댔지만, 부스터샷을 안 맞았더라면 더 힘들었겠지. 일찍 부스터샷을 맞은 게 다행이다. 증상이 심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주변 사람들이 다 음성이라 다행이다. 지난 주말에 가족이 집에 오지 않은 게 다행이다. 금요일에 잊어버려서 미룬 약속이 있었는데, 잊어버린 게 다행이다. 토요일 예약한 공연에 못 가고 아쉬워했는데 못 간 게 다행이다. 가족이 흩어져 살아 쉽게 혼자 격리할 수 있으니 그것도 다행이다. 집에 고양이가 두 마리 있어서 외롭지 않아 다행이다. 

즐겨 틀어놓고 따라 하는 요가 채널의 트레이너가 아침 요가 할 때 '주위를 둘러보세요. 감사할 것 투성이에요' 라는 말을 한다. 아침에 요가 하며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뭐가 감사할 것 투성이야' 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인 일 투성이다. 좋은 일만 생각하자. 

1. 2층으로 자리잡고 잠든 도리와 코라. 얘네 덕분에 격리가 덜 외롭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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