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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참 이상한 병이다. 내가 아픈 건데 남 걱정부터 하게 만든다. 물론 증상이 심하면 내 걱정만도 차고 넘치겠지만, 현재까지는 감기 증상 정도니 내 걱정보다는 나 때문에 혹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안 그래도 어젯밤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양성이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카드 사용내역과 통화기록을 들춰보며 내 '동선'을 정리해 봤다. 참 많이 돌아다녔구나. 나 스스로도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오전 확진 판정 받은 후 보건소 직원과 통화하다 보니 자책이 더 심해졌다. 

 아, 그럼 이 날은 이게 끝인가요? 
아니요. 또 **로 가서 **를 했어요. 
 네, 그리고 귀가하셨나요? 
아니요, 다시 **에 가서 **를 만났어요. 
 
동선이 간단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움직이는 걸음걸음마다 바이러스를 막 뿌리고 다닌 것처럼 느껴져서 내 자신이 미워질 지경이었다. 바쁘게 지낸 게 죄다. 하필이면 이번 주말에 근무도 끼어있었다. 일 때문에 만난 사람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오랜만에 같이 식사한 엄마.....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어찌할꼬. 내가 갔던 상점이나 식당에서 나와 동선이 겹쳤던 사람들은 어찌할꼬. 

요즘은 코로나 초기처럼 확진자 동선이 다 공개되지는 않는다. 확진자가 너무나 늘어나서 동선을 일일이 체크하고 게시할 여력도 없다. 초기처럼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확진자가 되고 보니 스스로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장 회사에서 나와 같이 근무했던 몇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겪고 보니 그냥 집에 있는 게 정답인데, 그렇게 해서는 돌아가지 않는 게 세상 아닌가. 아 정말 고약한 병이다. 이놈의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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