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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가 오는 일요일(11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참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데, 이번에는 가고 싶지만 못 갈 것 같다. 중국 인터넷을 뒤지다가 안드라스 쉬프가 10월 30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독주회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국 음악팬들도 흥분하고 있었다.  

국가대극원 위챗계정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흥미롭다. 안드라스 쉬프는 연주 전날밤 도착해서 바로 공연장으로 직행해 국가대극원이 보유한 피아노 석 대 중 어느 피아노로 연주할지를 골랐다. 그리고 쉬프와 함께 온 조율사가 쉬프가 고른 피아노를 조율하는 작업 시작! 


다음날 열린 공연이 관객에게도, 쉬프에게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나 보다. 쉬프는 앙코르를 무려 7곡, 40분이나 연주했다고 한다. 키신이 지난주 내한공연에서 앙코르를 8곡이나 했다고 하더니 쉬프도 7곡이나! 다음이 쉬프가 연주한 앙코르 리스트이다. 중국어로만 써놓으니 알아보기 쉽지 않다. 

巴赫:《随想曲》

巴赫:《意大利协奏曲》 第一乐章

巴赫:《意大利协奏曲》 第二、第三乐章

莫扎特:《C大调奏鸣曲》 第一乐章

舒曼:《快乐的农夫》

巴赫:《哥德堡变奏曲》- 咏叹调

巴托克:一首小曲,选自《为孩子们创作的小曲》



중한사전, 구글을 뒤져가며 해석한 앙코르 리스트. 

1. 바흐 카프리치오 

2.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 1악장 

3.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 2, 3악장 

4. 모차르트 C장조 소나타 제 1악장(C장조 소나타 중 어떤 곡인지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5. 슈만 즐거운 농부 

6.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아리아 

7. 바르톡 '어린이를 위하여' 중 한 곡 

중국에서는 카프리치오를 '수상곡'이라고 부른다는 걸 처음 알았다. '수상(随想)'은 '생각 따라서'라는 뜻이니,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기악곡 형식인 카프리치오를 이렇게 번역한 듯하다. 또 하나, 우리가 '장조'로 번역한 major를 '대조(大调)'로,  단조 minor를 '소조(小调)'로 부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외에 다른 곡명은 읽어보면 대충 짐작이 되는데, 6번째 '哥德堡'는 바이두 백과에 실린 굴드의 음반 표지를 보고서야 '골드베르크' 라는 걸 알았다. '꺼드어바오(중국어로 읽으면 대충 이런 발음이 된다)'가 '골드베르크'라니. 

우리도 외래어 표기는 혼동스러울 때가 종종 있는데, 중국의 외래어 표기는 더하다. 안드라스 쉬프는 安得拉斯·席夫('안드어라스 쉬푸' 정도로 발음된다)로 표기하는데, 安德烈 希夫(이건 '안드어리에 씨푸' 정도랄까)라고 표기한 글도 보인다. 비슷한 발음을 가진 한자를 이용해 외국어 발음을 표기하는데, 여기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원어 표기도 같이 해주면 좋을 텐데, 투덜거리다가 생각해 보니 한국 기사에서도 '안드라스 쉬프'라고만 쓰지 굳이 Andras Schiff로 병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안드라스 쉬프 내한공연의 프로그램은 중국과는 조금 다른 듯 한데, 앙코르는 어떻게 할지 궁금해진다. 물론 앙코르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많이 할 수도 있고, 적게 할 수도 있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앙코르가 없다 해도 연주회가 좋았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앙코르는 '본식'이 아니라 '디저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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