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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억척가의 '협찬지정석'

soohyun 2012. 5. 17. 19:21


이자람의 억척가 앙코르 공연. 어제 감기몸살이 심해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억척가를 보면 뭔가 '치유'를 받을 것 같아서 무리해서 갔다. 몸이 치유되진 않았지만, 마음에는 보약이 됐다. 

그런데 공연과는 별개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풍경 하나. 이미 두 달 전 매진된 이 공연은 1회 수용관객이 500명 정도에 그친다. 선착순 입장하는 자유석이었는데, 중앙의 가장 좋은 자리 40석 정도가 '협찬지정석'으로 표시돼 있었다. 좋은 자리 앉으려고 일찍 와서 줄 서서 입장한 관객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몇 명은 공연장 직원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억척가는 인기가 높아 일찌감치 매진됐고, 객석이 많은 공연도 아닌데, 뭐하러 협찬을 받았을까 의아했는데, 이 손님들은 'VIP 단체고객'이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연출가에게 들은 얘긴데, 그 협찬지정석의 일부 관객들 때문에 이자람이 공연에 집중하기가 평소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어느 공연이 그렇지 않으랴마는 판소리는 특히나 공연하는 사람과 관객의 '교감'이 굉장히 중요한 공연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다. '얼씨구', '잘한다', '좋다', 이런 관객들의 추임새가 공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정도로 '상호작용'이 필수다. 공연하는 사람은 관객의 기를 받고, 관객은 또 공연하는 사람의 기를 받는다. 그런데 무대 코앞에 앉은 분들이 공연에 집중하지 않고 잡담하거나 산만한 태도를 보였다면 무대 위의 소리꾼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연출가는 다음날 공연에도 협찬지정석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공연장 측에 공식적으로 얘기를 해야겠다고 했다. 연출가의 트윗을 좀 전에 확인하니, 공연장 측에서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모양이다. 해결이 됐다고 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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