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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남편이 아는 사람이 휴대전화 판매점을 열었으니 하나 사줘야 된다며, 딸에게 스마트폰을 개통해 줄 때부터 우려한 바였다. 딸에게 개통해준 스마트폰은 인기 기종은 아니라서 개통에 돈이 거의 들지는 않았다. 딸은 친구들 중에 상당수가 아이폰을 갖고 있다며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받아들고는 뛸듯이 기뻐했다.
딸은 예전에 일반 휴대전화를 쓸 때도 '문자질'하느라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긴 했다. 그래서 월말이 되려면 열흘 이상 남았는데도 벌써 '알'이 떨어져 나한테 전화할 때는 '콜렉트콜'을 해대곤 했다. 그런데 이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나니, 거의 '중독' 수준으로 하루종일 놓지 않는다.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주고받거나,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한다. 며칠 전에는 트위터에도 가입했는지, 갑자기 내 트윗에 멘션을 달아서 깜짝 놀랐다. "넌 뭐냐. 갑자기 나타나선~' 하고 답했더니, '헐~ 죄송합니다요 ㅋㅋ'라는 멘션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자랄 만큼 자란 나이, '스마트폰'도 쓸 줄 알아야 한다며, 호기롭게 스마트폰을 장만해 준 남편이 어제 나보다 더 화를 냈다. 스마트폰으로 노느라 배터리를 다 써버려서 정작 연락해야 할 때는 배터리가 꺼져있기 일쑤고, 밤늦게까지 전화 만지작거리며 놀다가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하는 걸 보고 폭발한 것이다. "내일 당장 전화 끊어버릴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어제 이렇게 고함을 지른 남편이 진짜 전화를 끊어버릴지, 그냥 엄포를 놓은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남편은 오늘 아침, 딸에게 앞으로 하는 걸 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회사 와서 이 얘기를 했더니,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다며 웃는다.
둘째는 아직 휴대전화가 없지만, 반 친구들 중에는 있는 아이들도 꽤 된단다. 첫째는 학교에 데리러 갔는데 연락이 안돼 못 만났던 '사건'을 계기로, 원래 중학교 올라가면 사주려던 생각을 바꿔, 4학년 2학기 때 사줬다. 둘째한테는 언제까지 안 사주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언니 스마트폰 사용하는 걸 엄청 부러워하고 있으니.
그런데 최근 나는 휴대전화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휴대전화로 통화를 오래 하면 머리가 띵하고 무겁다. 물론 직업상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가능하면 사용 빈도를 줄이려 한다. 개인 신상정보 유출 사태를 보고 카카오톡 계정도 없애버렸다. 내 연락처 정보가 다 카카오톡에 넘어가는 게 별로 개운치 않았다. 불쑥불쑥 메시지가 들어오는 게 싫어서 메신저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으니, 카카오톡이 없어진다고 해서 크게 불편할 것도 없다. 트위터도 예전보다는 덜 하고 있다.
후배 기자가 '길거리 피정'이란 것을 취재해 온 적이 있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신부님이 신도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위한 '지침'을 트윗으로 전달해 주면 신도들이 이 지침을 따라 일상 생활 속에서 '피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 '지침' 중에는 '일정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꺼놓으라'는 것도 있었다. '편리'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휴대전화가 어느새 현대인의 일상을 구속하는 지경에 이른 지금, 가끔은 휴대전화를 끄고 살고 싶어진다. 지금 엄마 아빠와 휴대전화 '전쟁'을 벌이고 있는 딸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어깨를 으쓱하며 '헐~'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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