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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학교에서 닮고 싶은 사람 사진에 닮고 싶어하는 이유를 써서 가져오라는 숙제를 받아왔다. 둘째는 '엄마를 닮고 싶다'며 내 사진을 달라고 했다. 아니, 웬일이지? 아빠 사랑이 유별난 아이가. 엄마보단 아빠를 더 따르는 아이가. '너 아빠 닮고 싶은 건 아니야?' 했더니, 씩 웃으면서 한다는 말이 압권이다.
"사실 처음엔 아빠 닮고 싶다고 하려 했는데, 아빠는 맨날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만 보잖아. 그래서 안될 것 같아서 엄마 닮는다고 했어."
우하하. 웃음이 터졌다.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픽 웃는다. '누워서 텔레비전 보는 게 얼마나 좋은데' 하면서.
얘기 나온 김에, 둘째가 그린 아빠. 소파 위에 길게 누워서 이불 덮고 자는 모습이다.
이게 둘째가 그린 엄마, 즉 내 모습이다. 나는 집에서도 시간만 나면 컴퓨터를 붙들고 있는 엄마다.
둘째가 그린 언니 모습. 기타 치며 노래 부르고 있다.
그런데 결국 둘째는 내 사진을 갖고 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자신의 '장래희망'과 관련해서 닮고 싶은 사람을 정하라는 것으로 돼 있었으니까. 둘째의 꿈은 미술가다. 둘째는 미술가 중에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미술가 중에 누굴 닮고 싶다고 해야 하나, 생각하니, 며칠 전에 본 '화선 김홍도'의 영향 때문인지 '김홍도'만 떠올랐다. 김홍도 사진은 있을 리가 없고.......
꼭 한국인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인을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얼핏 생각난 고 백남준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프린트해 줬다. 과천 현대미술관에 가서 봤던 TV로 만든 탑, '다다익선'을 설명해 주면서. 얼떨결에 딸은 '백남준을 닮고 싶어하는 예술가 지망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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