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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디토의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인터뷰하고, 글을 좀 써보려 했으나 하루종일 마음이 착잡해 글을 쓸 수 없었다. 결국 오늘 못 나가긴 했으나, 앙상블 디토를 다룬 8시 뉴스 기사도 평소보다 쓰는 데 한참 걸렸다.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이었다. 돌이켜 보니 이런 때가 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 2009년 3월에 썼던 글, 옛 블로그에서 찾아 다시 올려본다. 

글을 보니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멈춰선 지도 벌써 2년이 훨씬 넘게 지나버렸군. 2008년 12월 31일에 멈춰섰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언제 다시 달리려나. 비록 오래됐지만 아직도 유효한 작품인데. 김민기 씨는 언제 새로운 '지하철 1호선'을 내놓을 것인가. 그 땐 좀 더 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요즘 '블로그질'이 뜸해졌다.

한 때 1주일에 적어도 한 편은 썼던 칼럼도 통 쓰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궁금해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더이상 문화부에서 공연 취재를 담당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예전만큼 공연을 많이 보지 않고 있고,

그래서 '공연'이 주 소재인 내 글의 글감이 예전보다 적어진 탓이다.

글을 자주 쓰지 않다 보니, '글발'도 약해진 것인지,

글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공연은 가끔 보고 있으니,

쓰려고 하면 쓸 얘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통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블로그에 주로 써왔던 공연 얘기, 아이들 키우는 얘기가

요즘 들어 왠지 한가롭고 걸맞지 않은 얘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지막 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마지막 공연을 봤다. 

김민기 씨는 90년대말 외환위기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지하철 1호선'이

변화된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내 눈에 '지하철 1호선'이 묘사하는 서울의 모습은 아직도 유효했다.

아니, '아직도'가 아니라, 요즘 더더욱 유효한 작품으로 느껴졌다.

 IMF보다 더 심각하다는 경제 위기 속에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피폐하고 곤궁해지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는 더더욱 구조화되는 사회.


 김민기 씨는 뮤지컬의 결말 부문에서 

이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끼리 서로 보듬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은 '희망의 메세지'를 던지는데,

이 희망이 너무나 작고 위태로워 보여서 우울해졌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지하철 1호선'을 봤지만, 이렇게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지하철 1호선'의 마지막 공연을 본 감상을 진작에 쓰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내가 지금까지 공연을 보고 글을 썼던 이유는,

공연을 보고 느낀 행복감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글 쓰기가 어려워진다.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2009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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