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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Go man go, is man is!

soohyun 2013. 5. 8. 23:12

아버지는 '썰렁농담'의 대가이셨다.  

'아름답다'를 영어로 하면? 뷰티풀! 그럼 '티 없이 아름답다'를 영어로 하면? 뷰풀! '티'가 없으니까.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돈은? 할머니! 왜냐고? 할+머니(Money)니까. 

'갈 사람은 가고 있을 사람은 있으라'는 말을 영어로 하면? Go man go, is man is! 


간암 말기로 투병하시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며칠 전 심한 출혈로 응급 지혈 시술을 받았다. 

안 그래도 힘든데 지혈 시술 때문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코에 튜브를 꽂고 꼼짝 않고 누워계셔야 했다. 

환자 본인도 고통스럽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들도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아버지는 밤이 깊어지자 식구들 모두 병실에 남아있을 필요 없다며 힘들게 입을 여셨다. 

“Go man go, is man is!”

침울해 하던 우리는 ‘아빠 썰렁 농담은 여전하다’며 모처럼 웃었다.


응급 지혈 시술로 다행히 심한 출혈은 멎었지만, 

이미 몸의 장기들이 수명을 다한 아버지는 그리고 며칠을 더 견디다가 돌아가셨다. 

한참 고통스러워 하셨지만, 마지막에는 주무시는 것처럼 그렇게 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말씀이 아버지의 유언이었던 것 같다. 

갈 사람은 가고 있을 사람은 있는 것, 그게 자연의 섭리 아닌가. 

아버지는 가셨지만, 나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그렇게 있는 자리에서 할 일을 다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가신 그 곳에서 평안하실까. 

딸들한테 선물을 받은 어버이날, 회사에서 숙직하며, 불현듯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이미 많이 울었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불쑥불쑥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때가 있다. 

아버지 말씀을 떠올리며 눈물을 삼킨다. Go man go, is man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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