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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 보도자료 받아보자마자 '돈은 어떻게 벌까' 궁금했다. 어린이 전문극단 '사다리'가 제작한 영유아를 위한 연극 '달' 얘기다. 36개월 이하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이다. 1회당 관람 인원은 엄마(혹은 아빠)와 아기 15쌍으로 제한한다. 입장료는 1쌍에 만 5천원. 과천시민회관에서 초연을 마쳤고, 구로아트밸리 극장으로 옮겨와 5일까지 공연한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면 끝난다.)
구로아트밸리 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취재하러 갔다. '갓난아기'로 불러야 할 5개월 된 아기부터, 이제 제법 걸어다니며 간단한 말은 할 줄 아는 아기들까지, 다양한 '월령대'의 아기들이 왔다. 아기들이 연극을 제대로 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본다. 대사는 최소화하고, 감각을 자극하는 이미지와 움직임, 소리로 극을 빚어냈다. 둥둥 소리나는 악기가 달이 되고, 노란 고무줄은 탯줄이 됐다가, 집이 됐다가, 로켓이 된다. 작곡가 노선락이 온갖 악기를 바쁘게 연주하며 재미있는 음향도 만들어내는 모습 자체가 흥미롭다.
사실 이 공연의 진짜 재미는 객석의 아기들을 보는 것이다. 아기들이 생애 첫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아기들을 보다 보면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공연 시간은 30분이지만 공연 시작 전부터 배우들은 아기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면서 교감한다. 관객 수를 제한하는 건 객석의 아기 한 명 한 명과 소통해야 하는 연극이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아기들은 무대로 기어가거나 걸어가서 배우들과 까꿍도 하고, 까르르 웃기도 한다. 아기들 모습을 보다 보니 나도 내 딸들이 아기였던 시절을 떠올렸고, 새삼 생명과 성장의 경이랄까, 감동이 느껴져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도 있었다. 사실 이 연극은 '아기들만을 위한' 연극이 아니다. 아기와 함께 하는 성인 관객의 체험도 중요하다. 엄마(혹은 아빠)와 아기는 함께 보고 느끼며 평소와 다른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암만 아기들 대상 연극이라도 '공연 관람 매너'는 다른 공연처럼 지켜줘야 한다. 당연하게도 공연 중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고, 전화는 꺼놓아야 한다. 물론 아기들이 30분 내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공연을 보는 건 아니다. 아기들 소리가 옹알옹알 섞이는 게 이 공연의 매력이기도 하다. 아기가 울거나 공연 보는 걸 싫어하면 엄마는 조용히 밖으로 데리고 나가 달래고 다시 들어오면 된다.
공연은 공들여 만든 티가 역력했다. 영유아를 위한 연극은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많이 시도돼 왔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그다지 친숙한 분야가 아니다. 이 공연 제작비는 1억 2천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사다리는 3년 전부터 이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 영유아 연극 관련한 국제 심포지엄과 세미나, 워크숍을 열었고, 연출은 영국의 어린이 청소년 연극 전문가 토니 그레이엄이 맡는 등 해외 크리에이티브 팀이 함께 참여했다.
들어간 돈은 1억원이 넘는데, 벌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관객 15쌍이 만 5천원씩 내면 매진될 경우 1회당 공연 수입은 22만 5천원이다. 출연료도 안 나온다. 극단 사람들은 공연 중 나눠주는 귤값 정도 벌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단다. 과천시민회관에서 공연할 때 과천 쪽 공공 지원금을 받아서 제작비 충당에 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이 연극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할 것은 뻔해 보였다. 돈 얘기를 물은 건 그래서였다.
그럼 이렇게 돈 안 되는 일을 왜 할까. "그래도 사다리 아니면 이런 작업을 누가 하겠어요?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이런 대답이 나온다. 어린이 연극으로 잔뼈가 굵은 극단이니, 이 생소한 분야도 개척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다들 돈돈 하는 세상에서도, 돈 벌 생각 안 하고 공연 만드는 사람들 분명히 있다.
돈 얘기 물어본 내가 머쓱하지만 그래도 걱정스럽기는 하다. 사다리 측은 이 연극을 어린이 연극 전문가들이 많이 보고 갔다며, 아직은 일천한 국내의 영유아 연극 분야에서 새로운 작업이 이어지도록 하는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작품을 본 엄마들은 모두들 만족스러워하며 다음 작품은 뭐냐고 벌써부터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후속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당장 '달'의 재공연이 어디서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럴 땐 공연 좋아하고 아이들 좋아하는 독지가 어디 좀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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