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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오페라에 등장한 P석(프레지던트석)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P석은 주로 기업 협찬에 따른 초대권 발행을 염두에 두고 책정된 좌석이라는 점까지 짚으면서 후원문화와 초대권 관행 문제를 지적했고요. (당시에 P석의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쓴 글이 이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P석 VVIP석 같은 옥상옥 등급이 나오면서 R석은 레귤러석, S석은 사이드석이라는 푸념도 과장으로 들리지 않았고요.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058800)
그리고 지난주에 다시 P석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내한공연 '지젤'에 40만원짜리 P석이 또 등장한 게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예술의전당이 P석, VVIP석 같은 '옥상옥' 등급은 허용하지 않고, 좌석 등급을 표준화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아서, 이 내용까지 후속 보도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P석 전문기자가 된 듯한 느낌인데요, 몇몇 다른 매체들도 예술의전당의 이번 대책 발표를 계기로 P석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어쨌든 제가 줄기차게 제기해온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됐고, 예술의전당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내놨으니, 약간의 보람도 느낍니다.
저는 사실 공연 티켓이 단순히 비싸다는 것 자체만 갖고 문제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공연은 그만큼 티켓 가격도 올라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공연계 관행 때문에 지나치게, 정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게 문제입니다. P석, VVIP석 같은 건 대부분 그런 경웁니다. 기업 협찬에 따른 초대권 발행을 염두에 두고 특별해 보이는 등급을 만들고 액면가도 올려놓은 결과니까요.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형 공연은 불가피하게 기업의 협찬을 유치하게 됩니다. 협찬에 초대권 발행으로 '보답'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관행이긴 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그 '관행'이 너무 지나쳐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입니다. 정작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은 뒷전에 있게 되는 거죠.
한방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없습니다. 예술의전당이 처음 도입하는 표준좌석등급제도 시행착오를 겪을지 모릅니다. P석과 VVIP석을 없애되 각 등급당 좌석 수도 제한하겠다고 하니, R석의 가격이 오를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을 방치하는 건 잘못이라고 봅니다.
공연마다 고무줄처럼 다른 좌석등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 공연장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안을 만들어야겠죠. 이렇게 해서 조금씩 조금씩, 한 발짝씩이라도 나아가야 합니다. '관행'이라 해서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간 관객은 늘지 않고 협찬만 바라보다 공연시장 망가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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