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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송년 분위기 물씬한 12월은 공연계 성수기다. 특히 매년 이맘때면 으레 무대에 오르는 송년 레퍼토리들은 변함없이 인기를 누리며 연말 공연 특수를 이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손꼽히는 송년 레퍼토리는 뭐니뭐니 해도 베토벤 교향곡 9합창이다.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12월에는 날마다 전세계 어디선가 이 합창이 공연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합창은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작곡한,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연중 언제 연주해도 좋은 곡이지만, 특히 송년 레퍼토리로 사랑 받는 것은 아마도 이 교향곡이 합창이라는 이름을 갖게 해 준 4악장 덕분일 것이다. 4악장에 나오는 합창은 프리드리히 쉴러의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인 것이다. ‘오 친구여!’로 시작하는 곡은 모든 인간은 형제라고 노래하며 벅찬 환희에 도달한다. 인류애와 환희,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합창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점에 안성맞춤인 감동을 선사한다


합창이 한국에서 인기 송년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역할이 컸다. 서울시향은 2006년부터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합창 교향곡을 송년 음악회로 선보여왔다. (위 사진은 지난해 공연 실황을 녹음해 나온 음반 표지다.) 클래식 음악회는 대중적 인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여기기 쉽지만, 이 공연은 매년 1년 전에 표가 동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12 27일과 28일 이틀간이다. 공연이 일찌감치 매진되면서 한 회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향의 합창에선 미래가 더 기대되는 유망주와 이미 탄탄하게 자리잡은 중견 성악가들을 고루 솔리스트로 만날 수 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 공연의 주역을 맡으면서 최고의 주가를 올린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베이스 박종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 등이 거쳐간 무대다. 올해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 테너 김재형, 베이스 박종민이 솔리스트로 국립합창단, 서울 모테트 합창단, 안양 시립 합창단과 함께 노래한다.

서울시향만 합창을 연주하는 건 아니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역시 12 12일 송년음악회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 역시 합창을 연주할 12 29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송년 음악회는 시민과 함께 하는 송년음악회를 내걸고 시민 합창단을 모집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오디션을 거친 시민 합창단원들이 솔리스트, 전문 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선다. 대전시향 역시 12 20  ‘합창공연을 열 예정이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역시 12월에 단골로 공연되는 레퍼토리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세계 수많은 교회에서, 그리고 공연장에서 메시아가 울려 퍼진다. ‘메시아는 서곡과 전체 3, 53곡으로, 1부 예언과 탄생, 2부 예수의 수난과 속죄, 3부 부활과 영원한 생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앙 고백으로 시작해 영생의 찬미로 끝난다.

메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아마도 2부의 마지막에 나오는 합창곡 할렐루야일 것이다. 종교에 관계 없이 이 아름답고 장엄한 합창곡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메시아가 런던에서 공연될 때, ‘할렐루야합창이 울려퍼지는 대목에서 헨델의 후원자였던 영국 왕 조지 2세가 감격해 벌떡 일어났다는 일화도 있다. (이 일화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왕이 늦게 도착해 입장할 때 관객들이 일어났고, 마침 이 때 할렐루야가 연주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할렐루야가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명곡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후 할렐루야합창이 시작될 때면 청중이 모두 기립하는 관행이 생겼다.

메시아는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교회음악을 넘어 서양음악사에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한국에서도 매년 12월이면 메시아공연이 열린다. 모테트 합창단과 서울시합창단은 객석의 관객들이 무대 위 합창단과 함께 노래 부르는 싱얼롱 메시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올해는 서울 오라토리오가 12 9일에, 국립합창단이 12 19일에 메시아를 연주한다. 특히 국립합창단은 독일의 저명 지휘자 빈프리트 톨을 초청해 원전 양식의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특정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12 31일 늦은 밤에 시작해 1 1일 새벽에 끝나는 제야 음악회역시 송년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겠다.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가 대표적이다. 올해 예술의전당은 소프라노 임선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등 클래식 스타들이 출연하는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야 음악회는 임헌정 지휘 피아니스트 김준희 협연으로 열린다. 지난해 처음 국악 중심의 제야음악회를 선보여 매진을 기록한 국립극장은 올해도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다양한 장르 음악가들이 함께 하는 제야음악회를 마련했다.

다사다난했던 2013년이 저물어간다. 송년 음악회에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기억에 남는 특별한 송년 이벤트가 될 것이다


*메세나 이번 호에 송고한 글이다. 잡지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분량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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