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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PA 서울총회 참석 위해 내한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엘레나 박 부감독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엘레나 박은 피터 겔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감독 아래 8명의 부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실황을 전세계 영화관으로 중계하는 '메트: 라이브 인 HD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역시 월간지 <문화 서울>에 실린 글이다. 

<엘레나 박 인터뷰>

엘레나 박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메트: 라이브 인 HD’ 시리즈와 메트 라디오 실황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메트 오페라에는 피터 겔브 단장 아래 8명의 어시스턴트 매니저들이 부문별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데, 엘레나 박은 이 중 한 명이다. 한국계인 엘레나 박은 ISPA 서울 총회에서 기술이 공연예술의 향유와 전파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메일 인터뷰로 먼저 만나봤다.  

 

메트: 라이브 인 HD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목표는 무엇이었나.

-피터 겔브 단장은 메트와 대중 간 소통을 확대하고, 오페라를 문화계 주류로 만든다는 야심찬 목표가 있었다. 그는 취임 이후 메트의 공연을 전세계 오페라 팬들에게 더 많이 보여줄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한 끝에 메트 HD라는 실험을 시작했다. 처음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메트 라이브 인 HD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메트는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 공급자중 하나가 됐다. 54개국 1,700개 극장에서 메트 오페라가 상영되고 있고, 이번 시즌에 300만 장의 티켓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 메트 오페라 극장 한 시즌 관객 80만 명의 네 배 가까운 수치다. HD 시리즈가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짜 오페라를 보기 위해 오페라 극장을 찾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오페라 같은 공연물의 HD 중계 영상을 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제 런던 내셔널 시어터 공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까지, 수많은 이벤트들이 열띤 호응 속에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영화관들은 영화 외에도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갖게 되었다.    

 

HD 시리즈 제작에 기술적인 어려움은? 어떤 장비를 사용하고, 어떻게 준비하는가?

-공연 중계에는 10~12대의 카메라가 동원된다. 메트 오페라 하우스 밖에 세워진 중계차에서는 PD가 이 카메라들이 잡아낸 수많은 샷들 중에 공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샷을 골라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HD 중계 영상은 일곱 개의 위성을 통해 전세계로 송출된다. 일곱 개 언어로 된 자막도 입힌다.

실시간 공연 중계는 무척 까다롭다. 중계 PD는 미리 리허설과 공연을 여러 차례 보고, 동선을 파악해 카메라 촬영 대본을 작성한다. 그리고 ‘HD 데이며칠 전에 전막 카메라 리허설을 한다. PD는 가수들의 연기를 생생하게 포착해 내되, 가수들이 카메라를 의식해 평소와 다른 연기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리 할보르슨 PD는 중계 과정을 해석을 해석하는 것이라고 부른다. (메트의 공연 프로덕션 자체가 오페라를 해석하는 일인데, 이를 중계 영상으로 다시 해석한다는 뜻).

가수들은 전세계 수십 만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해 압박감과 흥분을 함께 느낀다. 이들은 종종 ‘HD 데이에 가장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공연 막간에 라이브로 진행되는 인터뷰도 좋아한다. 전세계에 있는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으니까.    

 

메트: 라이브 인 HD 외에 관객층을 확대하기 위한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면?

-미국 19개 주 30개 학군에서 메트 라이브 인 HD 스쿨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개 리허설이나 러시 티켓(공연 직전에 팔리지 않고 남은 표를 파격적인 가격에 파는 것)도 있고, 메트 오페라 공연 좌석의 3분의 1은 가격을 100달러 미만으로 책정한다.

여름철엔 뉴욕의 공원에서 무료 콘서트를 열고, 링컨 센터에선 대형 전광판을 통해 오페라 공연 실황을 중계한다. 1주일에 네 번 Sirius XM 라디오 채널에서도 공연 실황을 방송한다. 최근엔 메트 오페라 온 디맨드서비스도 시작했다. 가입자들에게 웹사이트나 아이패드를 통해 메트의 공연 실황 비디오와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

 

기술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기술은 최상의 공연 장면을 포착해 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데 활용된다. 기술 덕분에 오페라는 어느 날 밤이든 전세계의 청중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메트의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다. 오페라 극장에서 라이브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은 오장육부를 파고드는 강렬한 경험이다. 우리는 공연의 본질을 지켜야 하고, 기술이 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음악가들은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트위터나 다른 미디어를 활용하고, 음반 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음반을 발매하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공연장들이 지원 감소와 관객 노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페라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오페라 관람이 2004년 이후 7퍼센트 늘었다고 한 다른 장르에 비해 돋보이는 성장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메트와 다른 예술가들의 대중화 노력 덕분에 오페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친근한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메트는 동시대 오페라들도 여러 편 선보이고 있는데, 아주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토머스 아데의 템페스트가 다음 시즌에, 니코 멀리에게 위촉한 신작 두 소년이 내년에 공연된다. (토머스 아데와 니코 멀리는 각각 영국과 미국의 젊은 작곡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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