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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바렌보임과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오는 8월 10일부터 한국에서 나흘 동안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연다. 지난 2006년,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고 푹 빠져 8시 뉴스에 보도했다. 그 때 보도하면서 한국에서는 언제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5년만에 보게 되는 셈이다. 내가 당시 감동적으로 봤던 다큐멘터리는 뒤늦게 올해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당시 썼던 글을 옛 블로그에서 옮겨와 본다.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관련 기사들을 읽으면서,
몇 달 전 접했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라말라 콘서트 실황을 떠올렸었다.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난 1998년 이스라엘과 아랍의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 창립한 오케스트라다.
(지난 4월 5일, 나는 이 오케스트라를 8 뉴스를 통해 소개했었다.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095059)
'Knowledge is the Beginning'
내가 본 DVD에 라말라 콘서트 실황과 함께 실린 다큐멘터리 제목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서로 적대 관계인 나라에서 온 이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음악 안에서 서로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나란히 앉아서 인터뷰하기조차 힘들었지만,
여러 날 함께 연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
'서로를 아는 것'이 시작이다!
이들은 매년 여름 함께 워크숍을 하고, 유럽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열어왔다.
그리고 지난해, 드디어 팔레스타인의 행정수도이며,
'분쟁의 한 복판'인 라말라에서 역사적인 콘서트를 열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 콘서트가 성사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백혈병 투병 중에 숨을 거뒀다.
정치적 상황 때문에 여러 차례 무산됐던 이 공연은 무장 병력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치러졌지만
벽을 넘는 '평화의 선율'로 팔레스타인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주 곡목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보에와 클라리넷, 바순과 혼을 위한 협주 교향곡,
베토벤 교향곡 5번, 그리고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가운데 '님로드',
연주의 수준도 훌륭했거니와, 이들의 음악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과 모든 지역에서 필요한 인간성과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갖고 왔다"는
바렌보임의 진심어린 인사에 기립 박수를 보내는 청중들.
비록 화면으로 보는 것이었지만, 나 역시 이 순간 기립하고 싶었다.
(바렌보임, 멋지다. 다큐멘터리까지 보면 그가 이스라엘 정부의 미움을 사면서도
자신의 신념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나타난다.)
스스로도 '상호 이해와 화해'의 과정을 겪은 이 오케스트라는
온 힘을 다해 '함께' 음악을 만들어내며 몸으로 '인간성과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콘서트가 끝난 뒤, 각자의 조국으로 곧바로 돌아가야 하는 단원들은
자신들이 함께 해 낸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헤어져야 하는 것을 섭섭해하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 DVD에 등장한 단원들 가운데 레바논 국적의 '나시브'라는 이름의 첼로 연주자,
그 투박하면서도 선량해 보이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라말라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던.
그래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뉴스를 보면서
마치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라도 되는 양, 걱정이 됐다.
오늘 야근하러 회사에 나오면서 이 DVD와 음반(음반은 국내 발매, DVD는 수입)을 회사에 들고 왔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라말라 콘서트가 열렸던 날이 지난해 8월 21일이다. 딱 1년 전이다.
그 때보다 중동 지역의 정세가 오히려 더 악화됐지만,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공연한 데 이어
카이로, 브뤼셀, 베를린, 파리, 바이마르, 밀라노 등지에서도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며칠 전 휴전 합의를 하긴 했지만,
조국이 전쟁의 화염에 휩싸였던 레바논의 나시브는 어떻게 됐을까. 무사할까.
여전히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이스라엘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럴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에 에드워드 사이드는
'우리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고, 누구의 마음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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