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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이다. 한동안 안팎으로 일이 많아서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페이스북에는 몇 마디씩 남겨놓곤 했는데, 아무래도 페이스북에 찔끔찔끔 쓰다 보니 긴 글은 정작 못 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8시뉴스에 리포트를 하고 나면 리포트 링크와 함께 취재한 간단한 사연을 적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왔는데, 이제부터는 이 블로그에도 올려볼 생각이다. 페이스북 유저와 블로그 유저는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 같아서, 블로그에도 꾸준히 뭔가 쌓이는 기록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 블로그는 페이스북에 적합치 않은, 길이가 긴 글을 썼을 때 올리는 용도로 써왔는데, 이제부터는 추가로  내가 써서 뉴스에 나간 기사와 동영상 링크도 올려놓겠다는 얘기다. 

그 첫번째로 오늘 8뉴스에 나간 기사 얘기.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던 게르기예프의 그 유명한 '이쑤시개' 지휘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며칠 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왔던 마리스 얀손스를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박자를 지시하는 건 지휘의 일부에 불과하다!")이 이 기사를 써볼까 생각하게 된 출발점이었고, 얀손스의 지휘 모습을 잘 보기 위해 일부러 합창석을 샀다는 지인의 얘기를 접했던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의 경우 지휘자의 동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합창석이 인기라는 사실에서부터 기사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그러지 않고 다양한 지휘 동작만 보여주는 데 그친다면 '이쑤시개로 지휘하는 사람도 있고, 눈짓으로만 지휘하는 사람도 있다'는 정도의 화제성 기사에 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만들려고 한 건 기본이고, '합창석'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면서, 지휘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알려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다고 생각했다. 지휘자의 일은 공연 때 앞에 서서 지휘봉을 흔드는 것에 그치지 않으니까. 

등장하는 지휘자가 굉장히 많다. 마리스 얀손스, 성시연, 카라얀, 구스타보 두다멜, 클라우디오 아바도, 정명훈, 유리 테미르카노프(손으로 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이쑤시개 지휘), 구자범, 그리고 필립 조르당(투우사 폼으로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눈빛과 표정으로 지휘)까지. 촬영 영상도, 자료 영상도 너무 많아서 편집에 애를 먹었다. 깔끔하게 만들어준 편집자 최은진 씨에게 감사. 지휘 영상이 좀 긴 경우는 자막으로 이름을 표시했지만, 짧은 경우는 정신없을 것 같아서 넣지 않았다. 그런데 나가고 보니, 강하고 절도 있는 지휘의 두다멜과 부드럽고 물 흐르듯 하는 지휘의 아바도 정도는 자막을 넣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맨 뒤 기자 스탠드업은, 뉴스에 얼굴 내민 지 꽤 오래 된 것 같아서, 오늘 오후에 부랴부랴 새로 촬영한 것이다. 맨 처음에 등장했던 합창석 있는 공연장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지만, 스탠드업에서 등장한 공연장은 고양 아람누리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오늘 리허설이 있어서 촬영하지 못했다. 고양 아람누리의 합창석은 덕분에 처음 가봤다. 

방송 뉴스는 몇 문장 넣지 못해 항상 줄이느라 고생이지만, 그림으로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방송 기사의 한계에 불만을 느낄 때도 있지만, 이런 기사는 방송이라서 더 생생하고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다. 요즘 지치고 피곤해 의욕이 없었는데, 이 기사를 위해 취재하면서 '내가 이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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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케스트를 이끌어 가는 지휘자들, 동작이 참 다양합니다. 개성 넘치는 지휘를 지켜보는 것도 공연이 주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김수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콘서트홀 무대 뒤편에 위치한 합창석.

연주자의 뒷모습만 보이고 음향도 미흡하지만, 유명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공연에선 값이 저렴한데다 지휘자가 잘 보여서 가장 먼저 팔려 나갑니다.

[류보리/관객 : 1층 객석에 있으면 보통 지휘자 뒷모습만 보게 되는데, 합창석에 앉으면 지휘자의 표정이나 몸짓 하나하나에 따라서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기가 굉장히 좋은 장소이기 때문에….]

지휘자들의 개성은 동작에서 잘 드러납니다.

강하고 절도 있는 지휘가 있는가 하면, 부드럽고 물 흐르듯 하는 지휘도 있습니다.

지휘봉도 길이와 굵기, 재질이 다양한데 정명훈은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지휘봉을 애용합니다.

지휘봉을 사용하지 않는 지휘자도 있습니다.

게르기예프는 맨손 지휘로 유명하지만, 때로는 이쑤시개를 닮은 짧은 지휘봉으로 단원들의 주의를 집중시킵니다.

[구자범/경기필하모닉 상임지휘자 : 음악의 흐름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그 뉘앙스 전달이 가장 중요하죠.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은 손이 더 좋을 것 같다 하면 손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지휘봉이 편할 것 같다 하면 지휘봉을 하는 경우도 있죠.]

이 지휘자는 오페라 '카르멘' 서곡에서 마치 투우사처럼 화려한 동작을 보여주지만, 거의 움직임 없이 눈짓과 표정만으로 이끄는 지휘자도 있습니다.

단원들은 연습을 통해 서로 다른 지휘자의 개성에 적응합니다.

[정은원/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 : 연습을 하다 보면 그분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어떤 동작을 취해서 어떻게 음악을 끄집어내야 되는지, 서로가 교류를 하면서 익혀지는 것 같아요.]

[마리스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 지휘는 박자를 지시하는 것만이 아니에요. 지휘자에겐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도력이 중요합니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 공연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연주자입니다.

개성있는 명 지휘자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한 합창석의 매진 행렬은 앞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임우식,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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