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내가 지금까지 본 중국 드라마를 정리하고 싶어졌다. 내가 처음 중드에 입문한 건 2016년 여름부터다. 2015년 중국어 까막눈으로 중국 생활을 시작해, 1년쯤 지난 후부터 중국어 공부를 위해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나의 첫 중드는 웹드라마 여죄. 현대극으로 시작했다. '가유아녀'의 꼬마 배우로 유명했던 장이샨이 주연을 맡은 범죄수사물이었다.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심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긴 했다. 두 번째가 나의 인생 중드 '보보경심'이다. 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중국어 자막도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지만, 며칠만에 다 보고 몇 번이나 복습을 했는지 모른다. 내 중국 생활은 보보경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줬다. 중국에도 좋..
시작은 SBS의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이었다. 피아니스트 김두민 얘기다. 청주의 평범한 가정 출신인 ‘피아노 영재’ 김두민은 지난 2016년 13살의 나이에 프랑스 유명 음악학교 에꼴 노르말에 최연소 입학 허가를 받았다. 음악교육신문에 작게 기사가 났고, 이를 본 영재발굴단 작가가 출국을 사흘 앞두고 있던 김두민에게 연락해 프로그램 출연을 요청했다. 처음엔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출국 일자를 며칠 미루고 촬영에 응했다. 영재발굴단 김두민 편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에게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왼쪽 시력을 잃어 생긴 ‘시야 장애’ 가 있었다. 피아노 연주에 핸디캡이지만, 남다른 재능과 노력까지 갖춘 김두민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중국인 피아니스트’라 하면, 보통 랑랑, 윤디, 유자 왕 같은 이름들을 떠올린다. 모두 ‘바링허우(80년대생)’로,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본격화된 클래식 음악교육의 혜택을 받은 세대다. 그런데 이들보다 훨씬 위 세대로 일찍부터 활동했던 중국인 피아니스트들도 있다. 바흐 연주의 대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중국인 여성 피아니스트 주샤오메이(朱晓玫)가 대표적이다. 1949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주샤오메이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8살 때 라디오와 TV에 출연해 연주한 ‘음악신동’이었다. 그는 10살에 베이징 중앙 음악학원에 입학했으나, 문화대혁명이 중국을 휩쓸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클래식 음악은 배척해야 할 서양 부르주아 문화로, 주샤오메이의 집안은 반동으로 낙인 찍혔다. 클래식 음악..
11월 10일 저녁 7시반.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문화센터에서, 지난 9달 동안 준비해온 ‘톈마오 쌍11절 카니발의 밤(天猫双十一狂欢夜)’의 막이 올랐다. 중국에서 춘절 전야 축하공연이 흔히 ‘춘완(春晚)‘으로 불리듯, 이 공연은 ‘마오완(猫晚)’으로 불린다. 전자 상거래 거대기업인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쇼핑몰 톈마오(天猫)의 ‘마오(고양이)’에서 따왔다. 쌍11절, 즉 11월 11일은 중국 전역이 쇼핑 열기로 달아오르는 ‘광군제(光棍节. 숫자 1이 사람이 혼자 서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독신의 날’이 되었다)이다. 알리바바 창립자인 마윈의 아이디어로 2009년 시작된 ‘광군제 쇼핑축제는 매년 거래액 기록을 갈아치우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세일 행사 매출은 2천 684억..
흔히 ‘PPL(Product Placement)’로 불리는 간접광고는 요즘 드라마 제작에 필수가 되었다. PPL은 현대극에 주로 나오지만, 요즘은 현대가 배경이 아닌 드라마에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한 파리 바게트의 간접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드라마에는 파리 바게트 브랜드를 ‘불란서 제빵소’로 살짝 바꾼 빵집과 꽃빙수, 무지개빵 같은 상품이 등장한다. 중국에서는 간접광고를 중간에 끼워 넣었다는 의미로 ‘식입광고(植入广告)’라고 부른다. 중국 드라마에 간접광고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한국 드라마보다 간접광고가 훨씬 많고 규제가 느슨한 것 같다. 그리고 현대극과 고장극(古装剧)을 가리지 않는다. 고장극은 현대극보다 간접광고..
중국 드라마 중 시대극이 아닌 현대극으로는 학창시절을 그려내는 드라마들이 인기가 좋은 편이다. 특히 대학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풋풋한 첫사랑과 우정을 그려내는 드라마들이 많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致我们单纯的小美好.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최호적아문(最好的我们. 가장 좋았던 우리)’, ‘아지희환니(我只喜欢你. 너만 좋아해)’ 등은 한국에서도 방영돼 인기를 얻었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를 맨 처음 보면서 나는 자꾸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중국명은 请回答) 시리즈를 떠올렸다. 공부 잘하고 무뚝뚝한 남학생 장천, 성적은 안 좋지만 구김살 없이 밝은 성격의 여학생 천샤오시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서브 남주)’가 등장해 삼각 관계를 형성한다. 세 사람 다 친한 사이다. ‘치아문’의 남주인..
81세 피아노 조율사 이종열 선생. 예술의전당 음악당과 롯데 콘서트홀 공연에 오르는 피아노를 전담해 조율한다. 그가 최근 '조율의 시간'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이 흥미로워 당장 인터뷰 요청을 했고, 승낙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기사가 나갈 때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까지 같이 취재하느라 그랬다. ▶ "조율은 예술이다" 피아노 음을 빛내는 81세 '명장' (2019년 11월 17일, SBS 8뉴스) 이종열 선생의 책에는 64년 조율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는 교회의 풍금 소리가 좋았던 어린 시절, 고장 난 풍금을 뜯어보고 고치면서 조율의 세계에 처음 입문했다. 피아노를 접한 뒤에는 일본어 조율 교재를 혼자 공부하며 기술을 익혔다. 1958년, 몇 달을 기다려 일본에서 출..
미국 오케스트라가 중국 압박에 한국인 단원을 빼놓고 중국 공연을 하려다가 결국 연기했다는 뉴스가 최근 여러 매체에 실렸다. 유명 음악학교인 이스트만 음대의 오케스트라인 이스트만 필하모니아 얘기다. 음대 학생들로 구성된 이스트만 필하모니아는 80여 명의 단원을 이끌고 12월에 12일간 중국 8개 도시를 돌며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스트만 음대는 지난 9월 말, 중국의 투어 파트너로부터 오케스트라 단원 중 세 명의 한국인에 대해서는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스트만 음대 자말 로시 학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는 '외교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2016년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를 배치한 이후 일어난 한중 외교 갈등으로, 한국 아티스트의 중국 내 공연이 금..
푸른 눈의 몽룡. 유니버설 발레단의 '발레 춘향'을 다룬 많은 기사들이 이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발레 춘향'에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객원 주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쉬클리야로프는 뛰어난 테크닉뿐 아니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이름난 무용수입니다. 그는 몽룡 역을 맡아, 춘향 역을 춤춘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발레 춘향은 유니버설 발레단이 2007년에 초연한 창작발레입니다. 유니버설 발레단 유병헌 예술감독 안무에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썼습니다. 전 국립무용단장 배정혜 안무에 케빈 픽카드가 작곡한 음악으로 초연됐지만, 몇 차례 개작을 거쳐 지금의 버전으로 완성됐습니다. 유병헌 감독은 차이코프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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