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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기자대상 문화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나서 쓴 후기. 방송기자연합회 홈페이지에 실렸다. 시상식에서 마이크를 잡고 얘기한 수상 소감 역시 이와 비슷했다.  문화 '백톱'은 시상 순서에서도 마찬가지.ㅎ

투명한 상패라 반사돼서 사진이 잘 나오지도 않네..ㅠ


‘백톱Back Top’은 문화부 기자들이 쓰는 자조적 ‘은어’입니다. 문화 기사는 대개 뉴스 큐시트의 마지막을 차지하는 데서 나온 말이죠. 그나마 예전엔 큐시트에서 ‘백톱’이라도 종종 차지했는데, 요즘은 문화 기사를 찾아볼 수 없는 날이 훨씬 많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사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문화보도 전담조직을 없애고 담당기자 몇 명만 두는 추세입니다.

문화뉴스의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는 상황 속에, SBS 8뉴스가 주말 심층코너 ‘더 스페셜리스트’를 시작하면서 ‘예술이 당기다’라는 타이틀로 문화 분야도 포함시킨 건 정말 반갑고 신선한 변화였습니다. 그만큼 제가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습니다. ‘더 스페셜리스트’ 코너 자체가 ‘한 우물을 파온’ 기자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형식이 었기에 더 그랬습니다.

'더 스페셜리스트' 기획팀과 논의 끝에 제가 다양한 문화 현상을 설명해주는 ‘도슨트docent’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관심을 끄는 이슈에서 출발해, 여러 ‘장면’을 제가 마치 전시회의 그림처럼 제시하며 설명하고, 논의를 확장해 큰 맥락을 짚어보는 형식입니다. 영상과 CG를 잘 활용해, 재미도 깊이도 있는 방송 문화뉴스 새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예술이 당기다’는 4주에 한 번, 토요일 SBS 8뉴스에 나갑니다. 4분 정도로 다른 기사보다 길이만 긴 게 아니라, 제작 기간과 인력, 공력이 몇 배 더 들어갑니다. 아이템 선정과 취재, 기사작성, 촬영, 편집까지 실제 제작시간은 2주 정도이지만, 저는 한 회가 끝나면 바로 다음 아이템을 고민하며 살았습니다.

지난해 쓴 ‘예술이 당기다’ 기사 7편에 모두 애착이 가지만, 한국 입국 후 격리된 2주를 영상으로 기록한 지휘자 사샤 괴첼Sascha Goetzel, 격리를 8번이나 겪었다는 플루티스트 재스민 최Jasmine Choi 일화에서 착안한 ‘공연계는 격리 중’ 기사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생계수단이자 존재 증명인 공연이 어려워진 코로나 시대 예술가들의 고난, 대면 공연의 의미를 다뤘습니다. ‘오징어게임 대박이 정부 덕이다?’는 해외 언론들이 대부분 ‘한류는 한국 정부의 수십 년에 걸친 야심찬 계획의 산물’이라고 보도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한류에 대한 오해의 이유, 한류 열풍의 요인을 분석하고 한류 연구와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저에게 ‘예술이 당기다’는 문화 담당기자로 오랫동안 일하며 쌓였던 ‘한恨’을 푸는 기회였습니다. 한류가 이렇게 번성하고 개개인의 삶에도 문화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정작 문화 뉴스의 자리는 좁아지고 연예 기사들만 범람하는 시대, 다르고 깊이 있는 문화 뉴스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안간힘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이런 시국에도 아니, 이런 시국일수록 문화가 중요하고 문화뉴스가 꼭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도 같습니다.

함께 수상한 남정민 기자, 권영인 기자, 그리고 ‘더 스페셜리스트’ 기획팀 신희숙 작가와 영상취재팀, 편집팀, CG팀 등 제작에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국방송기자대상 문화보도 부문을 신설하고 ‘예술이 당기다’를 첫 수상작으로 선정한 주최 측에도 감사드립니다.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저는 다음번 ‘예술이 당기다’ 제작에 매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다르고 깊이 있는 문화 뉴스, 계속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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