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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는 방송 뉴스에서 마이너 중에 마이너이다. 문화 뉴스의 비중은 날로 줄어들고, 문화 뉴스 담당 인력도 극소수다. 별로 눈에 띄지 않고, 특종이나 기자상과는 거리가 먼 분야라서 '인사 고과'가 중요한 요즘, 문화 분야를 지망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나는 기자 생활의 절반 좀 넘게 문화부에서 일했고, 적성도 맞아서 지금까지 문화부(사실 '문화부'라는 문화 전담 부서는 없어진 지 오래고, 다른 큰 부서에 통합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중이지만) 에서 일하고 있다.

 문화부 기자들은 상하고는 큰 관계가 없다. 나는 사내 보도상은 몇 번 받았지만, 기자협회나 방송기자연합회처럼 타사 기사들까지 합쳐 시상하는 기자상은 받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미래한국리포트로 방송기자클럽이 주는 기획보도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건 문화부에 있을 때는 아니었다) 수상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문화 기사도 특종이 있고 잘된 기획기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두 차례 응모해 봤지만, 심사평에 거론조차 안되고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방송기자연합회와 방송학회가 주관하는 2021 방송기자대상에서 상을 받았다! 방송기자대상에 처음으로 '문화 부문'이 신설된 덕분이다. 주말 SBS8뉴스의 심층 코너물인 '더스페셜리스트' 예술이 당기다 시리즈 보도로 수상했다. 혹시나 해서 응모할 때도 수상을 기대하진 않았기에, '수상작으로 결정됐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혹시 다른 사람이 받을 문자가 아니었나 싶어 방송기자연합회 홈페이지에서 공고를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수상 후기에서도 얘기했지만, 문화부 기자로서 '한'이 있다. 문화의 가치, 문화 뉴스의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설움이다. 이런 설움이 없는 다른 부서에서도 일해 봤고, 다른 부서로 떠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꼭 있어야 할 곳인 양, 다른 일을 하다가도 다시 문화부로 돌아오곤 했다. 더 설움 받고 존재감이 희미해져가는 문화 뉴스를 살리고 싶었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그 '설움'이 내가 꾸역꾸역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상을 받은 건 그간의 노력이 마냥 헛되지는 않았다는 증명 같아서 기쁘다. 내가 정말 상을 받고 싶어했다는 걸 상을 받고 나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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