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예술 후원' 해 볼까?
예술단체들의 활동은 사회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공공 지원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뛰다'는 현재 극단 운영비의 많은 부분을 공공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지원은 영구적인 지원이 될 수는 없는 법. 경제, 정치 상황에 따라 쉽게 변동하는 정부 지원에 극단의 생존을 맡길 수는 없다는 게 극단의 판단이었고, 이에 따라 마련한 자구책이 소액 후원회원을 모집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니 첫번째 이유는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돈 때문에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것만은 아니다. 후원회비 2만원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적극적 관심의 표출이다. 후원회원은 '뛰다'라는 극단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이런 운영 방식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동지'를 모으는 것이다. 소액 후원회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텐데도 굳이 500명이라는 숫자를 설정한 것은 이유가 있다. 긴밀한 관계 설정을 위해서는 그 수가 너무 많으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은 모집 단계라서 세밀한 계획까지 세우진 못했지만, 후원회원들이 참여하는 연극 워크숍을 한다든지,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든지, 후원회원들간의 모임을 마련한다든지 하는, 특별한 '체험'을 생각하고 있다.
최근 문화예술위원회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라는 새로운 예술후원창구를 만들었다. 다수의 개인 기부자가 소액을 내서 예술가의 특정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다. 예술위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예술가의 프로젝트를 홈페이지에 소개하면, 일반인들이 예술위 홈페이지(www.arko.or.kr)에 들어가 인터넷 결제로 소액을 기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첫번째 크라우드 펀딩 수혜자는 이원국 발레단과 시각미술 작가 박기원 씨다. 이원국 발레단은 140명이 모아준 500만원으로 다음번 발레 공연 '돈키호테'의 의상비를 충당하게 된다. 1,000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다양한 액수의 기부금이 답지했다. 박기원 씨 역시 소액 기부자들이 모아준 500만원을 다음번 설치미술 작업에 사용하게 된다. 예술위에서는 모금 기간을 한 달로 잡았는데, 예정보다 일찍 모금이 마감됐다고 한다.
예술위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을 일정 기간 안에 모금하지 못하면, 기부자들에게 다시 돈을 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긴장감'을 조성하는 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단다. 이 펀딩은 수익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일반적인 펀딩과는 달리, 참가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은 없다. 대신 리허설 참관, 전시 오프닝 초청, 예술가와 대화 등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예술위는 '복지 분야에서는 소액 기부가 활성화 돼 있는데, 아직 예술 후원에 대해서는 생소하게 여기는 현실을 좀 바꿔보고 싶다'고 한다. '예술가들이 가난하니 도와주자'라기보다는, 여럿이 공유하게 되는 예술 작품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공감하는 일반인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기부에 참여한 시민들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예술가의 작품 활동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했다.
영국에서 연수할 때, 다양한 방식으로 일반인들의 예술 후원이 이뤄지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국내에서도 일반인들의 예술 후원이 활성화돼서, 지금까지 기업의 거액 후원이나 공공 지원에 의존해온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줬으면 좋겠다. (SBS 취재파일로도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