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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상하이에 여행 갔다가 영국 국립극장의 연극 ‘워 호스’가 상하이컬쳐스퀘어에서 공연된다는 걸 알게 되어 급하게 표를 샀다. 중국 국립극장과 영국 국립극장의 공동 프로덕션으로 중국 배우들이 출연하고, 영어 자막을 제공한다 했다. 보고 싶었던 공연이지만 표를 사면서 좀 불안하기는 했다. 칭다오 공연장에서 겪었던 일을 여기서도 또 겪으면 어쩌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공연장에 갔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객석 분위기는 괜찮았다.
상하이는 아무래도 칭다오보다는 공연이 많이 열리는 대도시라서 관람 문화가 좀 더 나은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생각지 못했던 비결 하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나 지났을까, 어두운 관객석 앞쪽에 갑자기 붉은 색깔 빛이 나타나 마구 흔들렸다. 저게 뭐지? 나는 후에야 이유를 있었다. 줄에 앉았던 관객 명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공연장 직원이 이를 레이저 포인터 응징한 것이다. 흔히 프레젠테이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레이저 포인터 말이다. 이렇게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하다니!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후에도 차례 객석 곳곳에서 붉은 광선을 있었다. 실제로 소리는 나지 않지만, 마치 지지직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열기도 없겠지만 어쩐지 광선은 뜨거울 것만 같았다. 객석 측면에 배치된 공연장 직원들은 객석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하려 하거나 사진을 찍으려 하면 바로 레이저 포인터로 붉은 광선을 발사한  마구 흔들었다. 풍경은 나에게 광선으로 지진다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했다. 붉은 광선으로 지짐 당한 사람들은 모두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칭다오 대극원에서 열렸던 한중일 예술제리허설에서도 레이저 포인터가 생각지 못했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이미 적이 있다. 중국팀 공연 리허설 출연자의 무대 위치나 동작이 마음에 때마다 객석에 앉은 감독이 레이저 포인터로 광선을 발사했던 것이다.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중국 출연자들이었지만, 소리로 야단까지 맞으며 레이저 포인터로 지적당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 우리집 고양이 도리! 미안해!>


레이저 포인터는 효과는 확실하지만 무리하게 느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지적질 중국에서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건 손가락도 아니고 뾰족한 광선으로 사람을 집어 얘가 잘못했대요하고 남들에게도 널리 알려주는 셈이다. 잘못한 거 맞기는 하지만, 이렇게 남들 앞에서 빛으로 지짐 당하는 소리나 촉감은 없더라도 굉장한 수모일 것이다. 게다가 어두운 객석에서는 광선이 워낙 눈에 띄다 보니 비록 잠깐이긴 하지만 관객들의 시선을 분산시킨다는 문제도 있다

(이 글을 올리고 나니 광선이 눈에 안 좋을 것 같다고 하는 지인들이 있었다. 얼굴 정면, 눈 쪽으로 일부러 광선을 발사하지는 않지만, 실수로라도 눈에 닿으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휴대폰 사용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보니 레이저 포인터까지 동원됐을 것이다. 나는 레이저 포인터의 활약(?) 덕분에 그랬는지,  호스 칭다오에서 봤던 번의 공연과는 달리 제대로 몰입해 있었다. ‘ 호스 영국과 공동 제작한 작품이라 엄격하게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막아야 했을 것이다. 상하이에서 다른 공연은 적이 없어서 레이저 포인터가 공연에만 사용된 건지, 다른 공연도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다. (글을 올리고 나서 베이징 국가대극원을 비롯해 다른 극장에서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중국의 공연 관람 문화는 초고속으로 발전한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아직 성숙한 같다. 중국의 관람 문화를 체험하면서, 객석의 분위기 역시 공연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새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객석 분위기가 엉망이면 집중하기 어렵다. 이래서야 혹시나 칭다오 대극원에 베를린 필하모닉이 온다 해도 가기 싫을 같다. , 베를린 필하모닉 정도면 칭다오 대극원에도 레이저 포인터가 등장하려나.


*이 글은 중국 객석 체험기에 가깝다. '워호스' 공연 감상기 역시 이 블로그에 올렸다. 궁금하신 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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